[2막:여름] 너 왜 가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인 것처럼 말해.

 

링샹옌

… (아르바이트 생각나서 일어남.)

아이기 아이토

자라고 좀

링샹옌

할 일이 안끝났어.

아이기 아이토

그건 내일도 할 수 있어

링샹옌

오늘인데. (초딩싸움 시작~)

아이기 아이토

내가 자기 전까지는 오늘이거든? (초딩싸움 발발)

링샹옌

나 자고올테니까 sns에 그렇게 올리고 누가 씨알이나 먹어주는지 봐라. 헌트 반응 금지.

아이기 아이토

혹시 언론조작이라는 말 들어봤니? 하긴, 네가 뭘 알겠어 잠이나 자렴

아이기 아이토

링샹옌

(벌떡 일어남) 너 왜 가끔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인 것처럼 말해.

아이기 아이토

그럼 할 줄 알아?

링샹옌

나도 돈만 있었으면 해.

아이기 아이토

돈 없으니까 못하겠네.

링샹옌

중요한 건 내가 모르지 않는다는 거지.

아이기 아이토

요컨대 내가 널 아무것도 모르는 ■■처럼 생각하는 게 신경쓰인다?

링샹옌

어. 사람 무시하지 말라고. …아니, 내가 왜 이런 애■■같은 대사 치고 있어야 하는데. 내가 모자란 소리 한 적 있어? (갑자기 울컥.)

아이기 아이토

솔직하게 말해줄까? 네 반응이 재밌어.

링샹옌

다른 취미는 없어?

아이기 아이토

내기? 도박?

링샹옌

고등학생이 무슨 도박이야.

아이기 아이토

어머, 너 해본 적 없니?

링샹옌

(내 산책로 스타트가 너라고?) 돈 걸고는 안 했지.

아이기 아이토

그치만 돈 걸어야 재밌는데?

링샹옌

누구랑 했는데.

아이기 아이토

너 성인되면 구경시켜줄까?

링샹옌

졸업하고 나서도 보려고?

아이기 아이토

(곰곰) 못 볼 것도 없지?

링샹옌

우리 친구야?

아이기 아이토

친구는 서로 좋아해야 친구 아닌가?

링샹옌

그럼 친구도 아니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지도 않지만 따로 연락해서 놀러 가자고?

아이기 아이토

흠, 그럼 ‘지인’?

링샹옌

…그래. 지인. 3년 뒤에 연락할게. 근데 너 잘해?

아이기 아이토

좋아. 그럼 번호 알려줄 테니 휴대폰 줘보렴. (손 내밀며) 어머? 나 한 번도 진 적 없는데 몰랐구나?

링샹옌

(이쪽은 그래도 스마트폰이다. 잠금을 풀고 손에 얹는다.) 세상에 그런 인간이 어딨어. 사기 쳤어?

아이기 아이토

(화면이 미끌거리는 게 영 손에 안 익는지 느릿느릿 번호를 입력한다. “아이 참, 이름까지 써주려고 했더니 되게 미끄럽네.” 돌려주면서,) 어머. 어떻게 알았담. 너 데려갈 땐 특별히 안 쳐줄게.

링샹옌

할머니. (툭 뱉고 스스로 저장한 뒤 전화를 걸어본다.) 나한테도 치려고 했어? 이 사기꾼아. 그러다 지옥 간다.

아이기 아이토

요즘 휴대폰이 어려운 거거든? (핀잔 주는 소리. 곧 미약한 진동이 울린다. 낡아빠진 휴대폰의 화면을 보여주면서 “뭐라고 저장할까나~ 팔척이?” 떠들고는) 원래 절벽에서 밀쳐야 제대로 배운다잖니. 눈치채버렸으니까 넌 안 털어먹을게.

링샹옌

이름으로 저장하라고 했어. 언제까지 그렇게 부를 거야. (대화의 도돌이표) 털어먹을 것도 없다. 이게 몸만 가지고 물 건너 온 인간을 벗겨먹으려 들어.

아이기 아이토

난 좋아하는 애들만 이름으로 부르는데? 내가 너 좋아했으면 좋겠니? (도돌이표) 그치만 넌 졌다는 거 납득하면 순순히 돈 내놓을 이미지랄까.

링샹옌

됐다… (항상 이렇게 끝난다.) 돈 걸고 했으면 줘야지. 그럼 내가 이길 가능성도 있어?

아이기 아이토

하하. (늘상 그렇듯이 못되게 웃으면서 종결.) 도박은 손속도 중요하지만 운이 따라야 하니까. 내가 장난 안 치거든 네가 못 이길 것도 없지?

링샹옌

당연한 얘긴데 왜 네가 말하면 믿기 힘든지. 아무튼 생각난 김에 심심한데 짝홀이나 해보자.

아이기 아이토

그럴까나~ (동전을 손등에 올리고,) 짝(Y)에 걸래 홀(N)에 걸래?

링샹옌

음… 짝.

아이기 아이토

어디 볼까나~ [YN] @dice_kirameki

관객의 환호성

🌟[NO~~~]

아이기 아이토

하하하.

링샹옌

난 대체 언제쯤 이길 수 있는 건데?

아이기 아이토

이게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나?

링샹옌

몰라… 나도. 진짜로. 니가 평소에 이쪽에 살 날린 거 아니야? 모리야스 요시타카보고 지지 말라고.

아이기 아이토

우리 애가 지다니 세상이 두쪽나도 벌어져선 안 될 일이긴 한데… (심각)

링샹옌

애가 크면서 이기고 지고 할 수도 있는거지 뭐 그런 것까지 컨트롤 하려 들어.

아이기 아이토

그치만 우리 애들은 제일 좋은 것만 가져야 되는데.

링샹옌

아픈 것도 다 경험이야.

아이기 아이토

그럼 네가 대신 아프면 되겠다. (독한것)

링샹옌

이런 ■… 니가 안 빌어도 아파 ■■

아이기 아이토

우리 애가 너희 부장이니까 우리 애가 이기면 너도 좋은 거 아닌가. (독한것)

링샹옌

뭔 상관이냐고. 내가 계속 지고 있는데.

아이기 아이토

우리 애랑 친구인 네가 감당하렴. (독한것)

링샹옌

(독기가득 3연타 맞았는데…) 친구 그만 둘까봐. 안그래도 요즘 좀 위기감 느껴. 너무 닮아가서.

아이기 아이토

친구끼리 닮으면 좋지, 뭘. 우리 애 친구도 별로 없어서 안 돼.

링샹옌

아니 걘 그냥 A조 애들 다 친구라고 생각할걸.

아이기 아이토

걔가?

링샹옌

그런 성격 아닌가? 가서 물어봐.

아이기 아이토

우리 애는 내 앞에서 얌전해서 좋은 말만 하려고 한달까. 그래서 친구 의견이 궁금하달까.

링샹옌

그건 별로 알고싶지 않은 정보였는데... 내 의견? 다 친구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 친구가 별로 안 중요한거겠지 그냥.

아이기 아이토

에휴. (한숨이나 쉼) 너무 여기저기 정 퍼주고 다니는 것도 별로지만 친구 없는 것도 걱정인데.

링샹옌

적당히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법이지. 근데 넌 친구 있어서 하는 말이야?

아이기 아이토

흠. 어릴 땐 있었던 것 같기도. 넌 있니?

링샹옌

모리야스 요시타카가 내 친구라면서.

아이기 아이토

우리 애가 네 삶에서 차지하는 특별함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니?

링샹옌

…… (긴 고민.) 누굴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는데.

아이기 아이토

어머, 정말? 너 나보다 심하네.

링샹옌

아니, 잠시만. 특별하다는 말은 연애할 때나 쓰는 거고. 누가 친구한테 그런 표현을 생각해.

아이기 아이토

연애는 해본 것처럼 말하네? (독한것)

링샹옌

(어떻게 반박해도 대충 대답이 예상 가서 입 다물음.) …아무튼, 글쎄. 우리 가족보단 친하지.

아이기 아이토

가족이랑 사이가 데면데면한 거야, 우리 애랑 사이가 특별한 거야?

링샹옌

그걸 내가 어떻게 판단해? 난 당사자인데. 하필 상대가 너라서 네 기준도 못써먹겠네. 아마 전자 아니려나.

아이기 아이토

그니깐. 가족이 없어서 기준이 짐작이 안 간달까? (남일처럼 얘기해놓고서는,) 오래 못 봐서 그런가? 방학엔 좀 보니? (궁금한지 꼬치꼬치)

링샹옌

(아이기 아이토와 대화하면 세간의 기준이 흐릿해진다.) 아니. 거기까지 왔다갔다 할 시간에 공부해야지. 대신 화상 통화는 해.

아이기 아이토

돈을 더 줄 걸 그랬나? 비행기 타라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그래도 효자네~ 자주 보러 다니렴. 나중 되면 보고 싶어도 못 본단다. (갑자기 공격함)

링샹옌

…그러고보니 그거 프로듀서 줬다. 같이 캠핑 가기로 했거든. (말 안 들음.) 이거 지금 저주하는 거냐?

아이기 아이토

혼자 가라니깐 말 되게 안 듣네? 하긴, 네가 뭘 알겠니. (또 시작) 아니? 너른 마음으로 따뜻한 이야기 해주는 건데.

링샹옌

내가 뭘 모르냐고. 같이 쓰면 좋은 거지. (또또또또또) 그냥 저주라고 해라. 나 자학 개그 하는 애들 보면 진짜…

아이기 아이토

어머, 모르지 그럼. 네가 그런 얼굴로 혼자 여행 가면 외로움 타는 성미는 또 아닐 거 아니니? (매도함) 나 원 참, 좋은 말 해줘도 난리네.

링샹옌

외로움 탈 건 없지만 기왕이면 같이 가는 게 좋잖아. 아무튼 그런 충고는 더 나이든 사람한테 들으련다. 너도 더 마음에 드는 가족을 따로 만들든지 해.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잔소리)

아이기 아이토

하긴, 나도 우리 애들이랑 겨울에 여행 갈 생각에 들떴으니까. (키득거리다가도,) 아 왜애~ 일단은 만들었잖아. 가족.

링샹옌

어디? 라디오에서 말했던 그거? (관심사가 쏠린다.) 그걸로 만족하면 네 마음이다만…

아이기 아이토

응, 그거. 둘 다 가기로 했어. (금세 으스대다가도,) 짜증나고 꼴받긴 하는데 어차피 결국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될 테니까. (오늘 본가 다녀와서 단어 선택이 다소 거침)

링샹옌

(그래라, 그래. 좋댄다. 대충 그런 표정이 됨.) 오늘 뭐 열받는 일 있었어? 그러고보니 안보이더라.

아이기 아이토

흐흥. (우쭐) 아~ 그거. 아버지께서 본가에 들렀다가 자고 가라잖아. 맞춰주고 왔지, 뭐.

링샹옌

안 맞는 짓 하고 오셔서 심통이 났다 이거네. 원래 스트레스 받을 땐 운동인데.

아이기 아이토

어머, 이게 운동을 할 수 있는 팔뚝으로 보이니?

링샹옌

텐노지 슈카를 이긴 팔뚝이 보여.

아이기 아이토

하하. 두 번이나 이겼다.

링샹옌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하고 다니네. 이겨서 기분 좋아졌어?

아이기 아이토

져도 잃을 것도 없는 내기조차 안 되는 승부라 기분 전환으론 아무래도 어렵지. (말넘심)

링샹옌

그럼 왜 한거야? 우리 노친네 이미지만 깎였잖아.

아이기 아이토

갑자기 흥미를 보이길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링샹옌

황당하네. 아무튼 텐노지 슈카보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아이기 아이토

아무래도 이 학원 최약체는 너희 여우인 것 같구나.

링샹옌

그래도 1위 그룹에게 져서 다행이네. 명예로운 죽음이야.

아이기 아이토

난 물론 영원히 1위 그룹이겠지만 근력 싸움만은 영원히 쓰레기일 텐데도.

링샹옌

(남은 산책로가 너라니.) 좋게 포장해. 무대도 체력이지. 뭐 그런 거.

아이기 아이토

(치워도 치워도 출몰하는 검은 돌) 이렇게 날 띄워서 너희 여우의 위신을 지키시겠다?

링샹옌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아이기 아이토

뭐, 맞는 말이긴 하네. (키득거린다.) 난 무대는 체력보단 독기로 해치우는 편이지만.

링샹옌

무대에 오를 때 무슨 생각 하는데.

아이기 아이토

‘우리 애들에겐 무조건 최고만 준다’? 넌?

링샹옌

… ‘실수하면 죽어버릴 거야.’

아이기 아이토

아이 참, 웃으면 안되는데… (눈썹이 처진다. 한동안 웃다가,) 다행이다. 네가 무대를 좋아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링샹옌

(웃어? 눈에 쌍심지를 켠 채 보고만 있었다.) 좋냐? 같은 무대 오를 것도 아닌데.

아이기 아이토

응. 좋아. (여전히 웃음기가 남은 목소리로) 나도 못 주니까, 여우도 못 줘야 해.

링샹옌

너네 애들이 무대 재미없대? (몇명은 좋다 하던데. 기억을 더듬는다.)

아이기 아이토

글쎄, 어떠려나. 왜, 그런 기분 아니? 차선은 주기 싫은 거.

링샹옌

별로. 남한테 뭘 주고 싶다는 생각을 안해서 모르겠네. 그래도 기왕 준다면 최고가 좋으려나. 어쨌든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거니까.

아이기 아이토

그럼 대충은 이해하겠네. 난 더 좋은 게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싫어해.

링샹옌

다르지. 난 내 이름에 먹칠하기 싫은 거고. 넌 그거라도 해주지 않으면 이유가 없다 이거 아냐.

아이기 아이토

어머? 난 우리 애들 이름에 금칠하고 싶은 건데. (막 웃다가) 이유~ 없다기보단 바뀐 걸로 칠까나~

링샹옌

그새 바뀌었어? (해석 실패해서 찝찝한 표정.) 뭔데.

아이기 아이토

‘그새’는 아닐걸? 어릴 때 얘기니깐.

링샹옌

내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그렇게 정정하지 않아도 돼.

아이기 아이토

친절하게 굴어줘도 냅다 뱉네?

링샹옌

이거 친절한 거야? 실수를 지적하는 게?

아이기 아이토

바뀌기 전은 네가 모를 때 이야기니 네 실수가 아니라는 친절한 해설을 기어이 덧붙이게 하네?

링샹옌

(친절한 해설 하게 하고 좀 기분 좋아짐.)

아이기 아이토

넌 역시 통제광이 맞아. (속닥속닥 상대한테 상대 뒷담함)

링샹옌

내가 통제광이면 넌 뭐야. 집착하는 거 있잖아.

아이기 아이토

나? 왕님. (뻔뻔)

링샹옌

그거 말고. (칼같이 쳐냄) 집착증.

아이기 아이토

자기가 먼저 물어봐놓고서는? 그래도 통제광보다는 내가 나은듯? (N차 개촏잉싸움 발발)

링샹옌

동문서답을 하잖냐. 아니 그래서 내가 뭐 나쁘게 통제했어? 네 집착은 개인적 욕망이고. (시~작)

아이기 아이토

어머, 개인적 욕망이니 내가 낫지? 난 남 고쳐쓰려고 들진 않는데? (시~작)

링샹옌

고쳐서 잘 되면 된 거 아니야? 내가 무료로 교육해주는 거지, 지금. 이거 봉사 활동이나 다름 없어.

아이기 아이토

그치만 ‘잘 된 것’도 팔척이 기준인데? 너한테 맞춰주는 거니까 네가 봉사받는 거 아니야? (궤변폭격)

링샹옌

이득은 지들이 보는데 그게 왜 나한테 좋은 거야. 교칙 잘 지키면 학원장이 봉사 받는 거냐?

아이기 아이토

당연히 봉사 받는 거지? 법도 아닌데 지켜주잖아.

링샹옌

너 그런 마음가짐으로 교칙 따르는 거냐. 아예 교내에서 사복이라도 입고 다니지 그래. 뭐하러 봉사해줘.

아이기 아이토

키라메키 교복 마음에 드니까? 맵시가 예쁘잖니. (이런 인생을 살아왔다)

링샹옌

알겠다. 네 취향. 여고생이었네.

아이기 아이토

원래 요즘 여고생들은 예쁜 거랑 사람 죽이는 거 좋아해.

링샹옌

그만 죽여 제발. (농담이냐고 물어보지도 않음)

아이기 아이토

아이 참, 아직 죽인 적은 없다니깐?

링샹옌

속으로 몇 명 죽였어.

아이기 아이토

그건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