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여름] 횟집에 가버리고 만 거임…

 

아이기 아이토

(※이벤트 출석 툿 인용) 이게 뭐게 @lingxiangyan_inthe @SHOGO_inthe @taki_inthe

링샹옌

어어… 안잔다.

아이기 아이토

오늘도 힘냈구나.

링샹옌

무대 기획까지 한 인간보단 덜 힘냈지.

아이기 아이토

흐흥. 우리 애 근사했지?

링샹옌

밀키페스만 아니었으면 말이지. 그나저나 아까 이상한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에 미모리 코이카는 참여 안 했어?

아이기 아이토

어머. (눈이 동그래진다.) 당연히 안했지?

링샹옌

당연한 거야? 우리 무대는 다 걔가 담당하는 거 아니었어?

아이기 아이토

프로듀서가 미쳤다고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무대를 준비하겠니. (키득거린다.)

링샹옌

넌 진짜 심상이 사악하네. 그렇게 굴면 너희 유닛에 도움이 돼?

아이기 아이토

물론 되고말고? 혹시 모르잖니. 자극받은 마법전대가 아주 근사하게 입소문을 탈 무대라도 만들어줄지.

링샹옌

심기를 건드리고선… 너한테 대항하는 것까지 멋대로 쓰겠다고? 부탁인데 여름이 오기 전에 유학이라도 가라.

아이기 아이토

응. (별다른 악의도 없이 순순한 대답.) 어머? 내가 왜?

링샹옌

여름이면 우리가 장사 잘 될 때잖아. 너 때문에 귀찮은 일 겪기 싫어.

아이기 아이토

어머, 내가 너희한테 그렇게 지대한 관심이 있을 것 같니?

링샹옌

관심 없으면 올해 첫 무대에선 왜 그랬는데? 나 안 잊어.

아이기 아이토

초등부 기말평가 기억하니? 그때 실적이 가장 좋은 게 A조였잖아. 웰컴페스에 아무나 세워줄 순 없지. 그래서 A조에서 골랐어. 그런 면에선 관심이 있겠네~

링샹옌

(순순히 납득해야 할지 비꼬는게 좋을지 잠시 고민했다.) …알았어. 그럼. 관심 없는 걸로 알고 있을게. 괜히 앞서 의심해서 미안했다.

아이기 아이토

너 편하라고 해주는 이야기야.

아이기 아이토

링샹옌

아이기 아이토

어머? 왜 눈을 피하고 그런담.

링샹옌

조용히 해. 너 때문에 생각 정리하고 있잖아.

아이기 아이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뒷짐을 지며 몸을 기울인다. 아래에서부터 당신을 올려다보는 시선.)

링샹옌

(그리고, 언제나처럼 턱을 치켜들고 상대를 내려다본다.) 왜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 확실히 말하면 너나 나나 좋을텐데.

아이기 아이토

그 사이 생겼거든, 관심. 내가 워낙 변덕이 죽을 끓잖니. (뻔뻔한 소리.)

링샹옌

하. (목구멍에서 숨을 뱉는다.) 그래. 도망 안 갈게. 그게 올바른 자세겠지.

아이기 아이토

응. (그제야 만면에 미소가 걸린다.) 꽁무니 빼고 도망치는 건 영 재미가 없잖니.

링샹옌

남의 밥줄 끊는 게 재밌어?

아이기 아이토

어머, 순순히 끊길 것처럼 말하네?

링샹옌

나 말고. 너지. 사고. (그렇게까지 할 인간이라 생각한다.)

아이기 아이토

너희가 해먹었다고 소문이 자자한 스태프 다리몽둥이?

링샹옌

그래. 그거.

아이기 아이토

그게 왜? (잠이나 빨리 자러 가라고 가볍게 이어줌)

링샹옌

네가 진짜 아니라고 하면 믿을게. (어 잘게 진짜 곧)

아이기 아이토

의심을 하고 싶은 건지 믿고 싶은 건지?

링샹옌

내가 뭘 하고 싶다를 떠나서 네 의사 표명을 듣겠다고.

아이기 아이토

그래? 그럼 내 의사표명은 이거야. “내심 내가 벌인 짓이길 바라나 본데, 그렇게 믿으렴.” 아이 참, 나도 사람이 친절하다니까.

링샹옌

재수 없는 여자… (성실한 미성년이라 술도 담배도 못하고 대신)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아이기 아이토

아이 참, 난 왜 이렇게 나 싫어하는 애들이 욕하는 소리가 짜릿할까나. (키득거리다가도,) 뭐라도 사줄까? 놀아줬으니 뜯어먹을 기회 줄게.

링샹옌

더운데 사시미 먹고 싶어. 오징어, 참치, 가리비, 농어…

아이기 아이토

한여름이긴 해. 회랑 초밥 중에선 뭐가 좋니?

링샹옌

회. 회인데 식사도 할 수 있는 곳.

아이기 아이토

하긴, 네 신장 생각하면 회로는 부족하긴 하겠다. (지갑을 챙기며,) 가자. (쇠뿔도 단김에 뽑는 타입)

링샹옌

(아이기 아이토가 다닐만한 식당 -영화에 나오는 그거- 상상하며 따라감.)

아이기 아이토

(진짜… 심하게 상상 그대로의 식당에 도착함) 짜잔~

링샹옌

(심하다…) 교복 입고 와도 돼?

아이기 아이토

응. 어차피 단골이라. 좌식 테이블 상관 없지? (진짜… 상상 그대로의 방으로 안내됨)

링샹옌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메뉴판도 없는 그런 가게 맞아? 이러면 앉아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이기 아이토

난 입이 짧으니 너 많이 먹으렴

아이기 아이토

링샹옌

(.......n인석에 단 둘이 앉으며) 입도 짧은 게 왜 단골 식당이 있어. (책임감을 가지고 먹기 시작할게.)

아이기 아이토

아버지가 여기 자주 오시거든~ (진짜… 뒤에서 막 문 닫힘… 사과상자 왔다갔다 할 거 같은 분위기 됨) 그리고 잘 먹는 애들 구경하면 재밌으니까.

링샹옌

(입에 뭐 물고 말 안 해서 좀 느려졌다.) 그러고보니 너희 어머니 어릴 땐 몰랐는데 굉장한 사람이더라. 근데 아버지는 왜 그런 인간을 골랐어.

아이기 아이토

(가정교육 대단하다는 생각을 잠깐. 회는 몇 점 집어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금세 젓가락을 내려놓고 상대가 먹는 양이나 구경한다. 곧 자랑하듯 재잘거리는 목소리로,) 흐흥, 우리 여사님 대단한 걸 이제 알았니? 그런 배우는 두 번 다신 안 나올걸. 아버지 얘기부턴~ 영 찝찝해서 네 얘기랑 주고받아야겠는데.

링샹옌

(반면 이쪽은 상대의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식기를 내려놓는 아이토의 태도를 ‘못 배웠다’ 고 생각했다.) 일본 작품을 찾아서 볼만한 나이는 아니라. 벌써 몇 달 전인가? 스크린으로 봐도 미인이더라. 근데 난 딱히 해줄 얘기가 없어.

아이기 아이토

(‘내가 잡놈이라 그래~’ 다행히 그런 말을 입밖에 꺼내놓을 일은 없었고,) 네 말 들으니까 오랜만에 보고 싶네. 여사님 영화 본지 오래됐거든. (이어지는 말엔,) 어머? 시시콜콜한 얘기도 재밌을 수 있지, 왜. 난 너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링샹옌

돌아가서 너네 유닛실에서 보면 되겠네. (…미소 장국 홀짝.) 그런 것도 상관 없으면, 그래. 범위를 좀 더 줄여봐.

아이기 아이토

요샌 내 한 톨짜리 양심이 찔려서 자제하는 중. (물이나 마시면서) 음~ 제일 싫어하는 거 얘기? 그거면 수지가 맞겠어.

링샹옌

네 유닛실인데 뭐가 양심에 걸려. (이해 못하고 쳐다본다.) 싫어하는 거… (한 점. 또 한 점. 고민이 길다.) 내 말에 반박하는 애들.

아이기 아이토

네가 싫어하는 거 다 듣고 나면 알려줄게. 내가 여사님한테 단단히 잘못한 얘기야. (눈이 마주치자 키득거리며,) 그게 제일 싫다니 은근히 통제광이네.

링샹옌

…그래. 아니, 통제가 안 되는 것도 싫지만 난 틀린 소리는 안 한다고. 모르니까 실수할 때도 있지만, 그 땐 확실히 인정해. 이미 내 머리에서 다 생각을 하고 하는 소리인데… (독선적인 말을 늘어놓는 사이 손이 멈춘다.)

아이기 아이토

그래서 요즘 그렇게 짜증이 났나. (디테일한 사정이야 모를 일이었으므로 근래 짜증스러워 보인다는 점만 인지한 채로,) 어머, 벌써 다 먹었어?

링샹옌

짜증 나 죽겠어… (아니. 짧게 답하고 다시 손을 움직인다. 싫은 소리를 해서 그런지, 2인분을 앞에 둬서 그런지 한숨이 푹.) 아, 말 안 듣고 돌발 행동 하는 인간들도 싫어. 내가 뭔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싫고. 한번에 못 알아 듣는 것도 싫지. 일손이 느린 것도… 이건 짜증나지만 봐줄 만 할지도. 원하는 거 똑바로 말 안 하는 거나……

아이기 아이토

그래서, 하나하나 설득할 요량? (유닛실에 진공청소기가 하나 들어앉아 있으니 2인분 정도야 먹어치우겠거니 여긴다. 신장도 훨씬 크고 말이지?) 흐흥, 통제광 맞는 것 같은데.

링샹옌

적어도 기회는 줘야지. 냅다 포기하고 지시해봤자 납득을 못 할 테니까. (…묵묵히 입에 넣음. 아키라 1/n의 속도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어쨌든 그거 말곤 딱히 싫어하는 거 없어. 아… 선을 모르는 인간도. 진짜 끝.

아이기 아이토

기왕 권리를 손에 넣었으니 마구 휘둘러도 괜찮을 텐데. 넌 강요하지 않아도 의무는 다 하는 타입이니까. 새삼 폭군은 못 되겠네. (가볍게 이야기하고는,) 흐흥, 생각보다 더 들어서 재밌었어. 그럼 내 싫은 얘기를 해볼까나~

링샹옌

자기가 할 일도 하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설득력이 없는 법이야. (부장님같은 소리 하며 시선을 움직인다. 테이블 위에서 상대의 얼굴로.) 체하지 않을 정도로 해.

아이기 아이토

너 따르는 애들은 든든하겠다. (솔직한 감상이었으므로 평가도 뭣도 되지 않는 소리다. 이어지는 말엔 생각하기를 잠시간,) 귀신이 정말 있다면 여사님은 내 결정이 아주 끔찍할 거야. 내가 약속을 어겼거든.

링샹옌

주변에 소문 좀 많이 퍼트려줘. (잠시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것을 찾아 마셨다. 슬슬 자세가 느슨해진다.) 무슨 약속. 착하게 살기?

아이기 아이토

알 애들은 알 걸? 너 보기보다 괜찮은 거. (커피와 차 중에서 모처럼 차를 골랐다. 앗뜨거. 잠시 식탁 위에 올려두고) 흐흥, 그런 건 어림도 없지. 내가 지금 아버지 안 만났으면 하셨거든. 근데 다 틀렸지, 뭐.

링샹옌

(평소에 들었으면 당연하다 했을 말도 지금은 차 한 모금과 함께 넘겨버린다.) 나도 소문은 들은 적 있어. 조직폭력범이라며. 왜 그 인간이야? 다른 선택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이기 아이토

(응당 들려올 대답이 까무룩하자 눈썹을 들었다 놓는다. 구태여 더 묻는 대신,) 꼭 필요한 게 있는데, 내가 돈이 있니 힘이 있니? 그러니 약속부터 냅다 어겼지, 뭐.

링샹옌

넌 진짜… 귀신이 있든 없든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가 있지. (질책하듯 눈을 돌린다.) 뭐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서.

아이기 아이토

어머, 그래도 너희한텐 편한 일 아니니? 딱히 불쌍하지도 않은 독종은 씹어대기 편하잖아. (농담인지 진담인지) 당연히 힘이지. 우리 애들이랑 했던 약속 지키려거든 필요했거든.

링샹옌

딱히. 니가 뭔 짓을 하든 부모 잃은 애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라. (이쪽은 진심으로 답했다.) 아… 들었어.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했댔나. 타이밍이 나빴네.

아이기 아이토

나 원 참, 편하게 욕하라고 깔아줘도 싫다네. 양반이 따로없어. (고개를 내저으며,) 응. 뜻대로 안 풀려서 여사님이랑 약속도 깨고 제 발로 기어들어갔다는 뻔한 얘기란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체할 소리밖에 안 되는데, 대나무숲 할래 말래?

링샹옌

(그 말엔 굳이 반박 않고 더욱 거만한 자세로 앉는다.) 어머니가 정토에서 속이 푹 썩으실거다. 이렇게 된거 들어나 보자. 밥도 다 먹었겠다.

아이기 아이토

양반. (굳이 두 번 말하고) 흐흥, 그럼 해버릴까나. (곧 남일처럼 이야기하기를) 난 정말 아끼는 건 도무지 꺼내 쓸 줄 모르는 성미라, 한 번도 여사님께 엄마라고 못 해본 게 한이란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아버지 소리 듣길 참 좋아하시니, 본가 들어갈 때마다 토할 것 같아. (어깨를 으쓱이며) 끝~ 너만 알고 있어. 아무도 모르는 얘기니까.

링샹옌

(한 모금 들이키고, 뜨거운 숨을 뱉어내듯 길게 한숨을 내쉰다.) …미안하다. 내가 진짜 귀신이라도 믿었으면 덕담 한마디 했을텐데.

아이기 아이토

왜 이렇게 착하담? (눈썹을 들었다 놓는다.) 됐네요~ 대나무숲도 처음이고, 주고받는 것도 처음이라 나름대로 재밌었어.

링샹옌

멀쩡한 인간이라면 할 말을 한 거거든. 어쨌든… 밥값은 할게. (한참 안되겠지만.) 내 생각엔 그 인간이 주책이다. 사정 뻔히 복잡한 거 알면서 무슨 아버지 소리를 듣고 싶어해.

아이기 아이토

착한 거 맞을걸? 보통은 이렇게 말해. “독한 년. 그러게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니까.” (뻔뻔하게 이야기하고,) 내가 너무 좋다는데 어쩌겠니~ 성인 되면 좀 낫겠지.

링샹옌

하. 이 세상에 머리 검은 짐승이 얼마나 많은데.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손등으로 입가를 누른다.) 그래… 아득바득 살아서 언젠간 폭력배랑 손 털어라. 독한 짓 해도 그러려니 할게.

아이기 아이토

독립하기 전까진 등에 업고 살 요량이야. 어쨌든 내가 해달라는대로 해주긴 하니까. (행동에는 눈썹을 들었다 놓고는,) 편 들어주네?

링샹옌

사정이 딱하니 동정해주는 거지. (얻어먹은 인간 치고 고개가 빳빳하다.) 뭐, 반은 농담이고. 네가 암만 그래도 폭력배랑 얽힐 정도겠냐.

아이기 아이토

흐흥, 원래 나 불쌍하게 생각하는 애들이야말로 내 밥인데. 특별히 봐줄게. 내가 원래 고마운 것도 꼴받는 것도 두 배로 갚거든. (키득거린다. 이어지는 말에는 잠깐 생각함.) ……

링샹옌

고맙긴. (아이기 아이토가 잠시 생각에 빠지는 동안, 상대는 이만 나설 채비를 마쳤다. 그래봤자 빈 손이니 겉옷을 입었을 뿐이지만. 아직 의자에 앉아있는 당신을 바라본다.)

아이기 아이토

나 좀 착하게 생겼나? (이딴 결론이나 내려놓고서는 선선히 몸을 일으켰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빠져나올 즈음 어느새 앞장서 걷고 있다.) 뭐 더 들어갈 배는 없고?

링샹옌

나쁘게 생기진 않았지. (그걸 또 대답한다. 이유 없이 남의 등을 보고 걷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싶었다.) 뭘 이렇게 자꾸 먹이려고 해. 이게 너네 애들 평균이야?

아이기 아이토

그걸 또 대답하네. (하여간 성실해. 맨날 하는 소리를 덧붙여 놓는다. 걸음은 자연스레 캠퍼스 시설 쪽으로 향한다.) 있다면 간식 먹이러 끌고 가고,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데 끌고 가려고. 몰랐구나? 내가 오늘 너 빌리기로 했는데.

링샹옌

물어봤잖아. (아마 혼잣말이었을 것이다.) 뭘 빌려? 난 그런 요청 받은 적 없는데. (플라네타리움이려나.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을 떠올리며 뒤를 따른다.)

아이기 아이토

나이스하게 흘릴 줄 알았지. (짐짓 퉁명스러운 목소리엔 문득 뒤돌아 본다. 짓궂은 낯으로 비죽 웃으며,) 지금 빌리기로 했다고 얘기했으니까 됐지? (뻔뻔한 소리나 늘어놓고서는 몸을 돌렸다. 마저 걸음을 이어간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장소로 가자. 실은 제일 근사한 시간이 있는데, 아깝게 됐네. (어린 날 비밀이라며 신신당부한 것치고는 상대가 기억할 줄은 미처 예견치 못했던지 구태여 덧붙는 설명이 있다.)

링샹옌

(저에게 장난치는 몇 살 터울의 조카라도 보듯 허, 하고 웃는지 아닌지 모를 소리를 냈다. 그 때와 출발선은 다르지만 곧 낯익은 길목으로 들어선다. 이미 어둑해진 풍경에서도 6년 전의 기억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저녁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지. (그 때에도 앞서 나가는 상대가 있었고, 문을 열면 칠흑같은 어둠이…)

아이기 아이토

아이기 아이토

링샹옌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여기가 왜 좋다는 거야. 고개만 아픈데.

링샹옌

아이기 아이토

흐흥, 하늘이 내 발 밑에 있는 것 같으니까?

링샹옌

기시감이 드는 답변이네. (뒤로 물러나 좌석에 앉는다.) 일등성이 되고 싶어?

아이기 아이토

음~ (대답할 내용을 생각하는 건지, 좌석을 향하느라 신경이 쏠린 건지. 모처럼 말에 사이가 생겼다. 냅다 옆자리에 앉아서는,) 우리 애들한테 일등성을 주고 싶어.

링샹옌

그럼 넌. 잠깐. 내가 답을 맞춰볼게. ‘그게 내 행복이야.’ 대충 뭐 그런 거.

아이기 아이토

어머? 아는 것 하나 없는 줄 알았는데 슬슬 매커니즘을 이해한 모양이네?

링샹옌

너랑 너무 친하게 지냈어. 앞으로 내외 좀 할까봐.

아이기 아이토

이제 슬슬 살만하니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군.

링샹옌

기강이 좀 해이해지긴 하네. 정신 바짝 들 말 해줘.

아이기 아이토

나 기억력 좋은 편이라 네가 네 입으로 말한 ‘독한 짓 해도 그러려니 할게.’ 평생 기억할 예정. (악독한 것)

링샹옌

(독한것…) 너 성격 ■같은거 이미 알아서 긴장감이 안 들어.

아이기 아이토

왜? 네가 보는 것보다 더 개■같을 수도 있지.

링샹옌

수치로 표현하면 어느 정도?

아이기 아이토

(왠지 눈 앞에 있던 이면지에 끄적끄적)

아이기 아이토

링샹옌

(약간 미칠 것 같아짐) 니가 인간이야?

아이기 아이토

인간 말종이니 너로선 다행 아니니? (이면지 잘 갈무리해 상대 주머니에 넣어주며)

링샹옌

(이걸 왜…) 뭐가 다행이냐고. 애초에 인간 말종이 아니면 문제가 생길 일도 없는데.

아이기 아이토

(바닥에 버리면 경기 일으킬까봐 배려해주는 거임) 어머, 그치만 이미 이 꼬라지로 태어났으니깐 어중간한 것보단 아예 끝장인 편이 낫잖아.

링샹옌

(그럼 네가 가져가라고) 사람은 학습으로 변화한다는 이론 알아? 너도 같은 정규 교육을 받았을텐데 이상하지.

아이기 아이토

(그치만 눈앞에 네 주머니가 보였달까?) 하해와 같은 정성과 사랑으로 내가 변할 수 있다면 여사님이 진작 날 고쳤을 거라네 소년~

링샹옌

안됐네. 그렇게 태어나서. ……정신 들 소리 좀 해달랬더니 결국 불쌍하단 말 하게 만들어.

아이기 아이토

그치만~ 네 마음이 너무 약한 것 아닐까나? (키득키득) 아무래도 나한테 정든 모양인데 어떻게 등에 칼이라도 꽂아줘야 하려나.

링샹옌

너무 많이 얘기를 나누긴 했어. …진짜 내 등에 칼 꽂는 짓 하면 죽여버릴 거야. 농담 아니야. 니 아이돌 생명도 같이 끝내버릴 거라고.

아이기 아이토

어머, 나 죽이겠다고 이 바득바득 가는 얼굴은 쪼끔 흥미.

링샹옌

기막힌다. 진짜. 너…… (손바닥으로 입가를 덮는다.)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왕국이고 뭐고 지금 당장 어떻게 될 수도 있다고. 그런 생각은 안 해?

아이기 아이토

아이 참, 정신 들 소리 해달라길래 기껏 신경썼더니 예전이랑은 반응이 딴판이네. (막 웃다가) 나 개같이 망하는 꼴 봐야겠다는 사람이 열 트럭도 넘을 텐데 새삼?

링샹옌

(예전의 자신이 뭘 어땠길래. …그 말을 듣고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정신 바짝 들었다. 네가 독한 짓을 하고 말고를 떠나서…… 넌 그냥 나아가려는 의지가 없네.

아이기 아이토

“하… ■■…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이런 반응? (기가 막히게 따라해놓고서는,) 어머, 어떻게 눈치챘지.

링샹옌

(곧장 싫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넌 진짜 최악의 유형이야. 내가 시체랑 대화하는 꼴이 됐다니.

아이기 아이토

그러게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좀 좋아?

링샹옌

난 뭐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싫어하거든. (좌석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는다.) 반대로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증명하고 싶어.

아이기 아이토

아이 참, 내가 친절을 거꾸로 부렸네. 나 좋아해달라고 시위해줄 걸 그랬나. (농담같은 소리나 한다. 별은 멀었으려나. 투명한 돔을 올려다 보다가 곧 시시해졌는지 상대의 낯을 구경하는 것으로 관심을 옮기며) 반대로? 어떻게?

링샹옌

그랬으면 싫었겠지. (그걸 진지하게 받았다. 여전히 눈을 닫은 채 입만 놀리며.) 어떻게냐니. 열심히 하라고 하면 대강 하고, 재촉하면 천천히 하고… 그렇게 해도 너는 이긴다고 말하고 싶어. 그냥 그래.

아이기 아이토

그니깐. 아주 개같이 싫어하면 얼마나 편하니? (그러고보니 늘상 분장하고 다녔지. 모처럼 가까이서 관찰할 기회라 시선에 간지럽거나 말거나 빤히 들여다 보다가) 흐흥, 하여간 청개구리가 따로 없어. 난 아무한테도 진 적 없는데.

링샹옌

네가 미움받기 좋아하는 변태라 피곤하다… (이 날은 학교를 나선 뒤 계속 밖을 나돌았고, 딱히 고칠 타이밍은 없었으니 분장이 어느정도 망가졌을지도. 인기척에 눈을 뜬다. “뭐 해.”)

아이기 아이토

내가 원래 좀 사람 짜증나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어. (자랑같은 소리나 늘어놓다가도, 눈을 뜨자 냅다 손으로 덮어서 가려버린다.) 아이 참, 구경 잘 하고 있었는데.

링샹옌

아니… 뭐하냐고? 내가 동물원 원숭인 줄 알아. (치우라는 듯 손등을 툭툭 친다.) 아무튼 넌 지는 내기는 안하니 승률이 조작된 면이 있지.

아이기 아이토

동물원 원숭이는 얌전하기라도 하지? (그대로 손바닥으로 쭉 밀어올리며 손을 뗐다. “어머, 이래도 안 지워지네.” 양아치 같은 소리를 덧붙이고) 결과 보는 눈이 좋은 거거든~

링샹옌

손으로 지워지면 클렌징 오일은 왜 있겠냐. (그럼에도, 확실히 망가졌다. 미묘한 얼룩이 얼굴과 손에 각각 남았다. 그 상태 그대로 묻는다.) 올해는 네가 이길 것 같아?

아이기 아이토

슬슬 해 기운 다음이라 그런가 문지르면 지워질 것도 같길래. 아까워라. 궁금했는데. (키득거리며 얼룩이 묻은 손을 몇 차례 쥐었다 폈다.) 응. 너는 나 못 이겨.

링샹옌

작년까지 그렇게 다녔는데. 너 다른 인간들한텐 별로 관심이 없네. (답을 알면서도 괜히 비꼰다. 망가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한번 문대곤 혀를 찬다.) 너 비밀 잘 지켜?

아이기 아이토

어머, 당연하지? 난 지난 6년간 우리 애들만 기다렸는데. (그럼 뻔히 아는 답으로 돌려준다. 망가진 분장이 퍽 재밌긴 했던지 재차 웃음을 터뜨렸다가,) 내가 아무리 양아치라도 네 비밀은 지켜주지? 네가 대나무숲 해줬으니까.

링샹옌

(얄밉게 웃는 소리나 들으며 티슈로 얼굴을 대강 닦는다. 군데군데 찝찝함이 남는다. 자신의 일에 신경쓰는 듯 상대에게서 고개를 돌린 채로.) …가끔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희가 이길 것 같다고. 알면서 매번 반박하는 것도 좀 피곤하다.

아이기 아이토

(“클렌징 티슈 좀 가지고 다니지. 구경하게.” 얄미운 소리를 더해놓다가도, 피로 섞인 목소리와 함께 내놓은 비밀엔 낯에 어떠한 표정이 걸렸다. 그러나 당신이 고개를 돌린 이상 그것이 어떤 모양새였는지 알기는 어렵겠다.) 아이 참, 네가 약한 소리를 다 하고. 이번에야말로 기억에 소장할 가치가 있는 비밀이었네.

링샹옌

보통 이 시간에 안 나오거든. (언제나처럼 짜증이 섞인 투. 진심을 말하는 이는 자신의 면을 신경 쓰느라 상대까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다시 얼굴을 마주한다. 수습이 되었다 보긴 힘들다.) 별까지 예쁘장하게 뜨면 딱이겠네. 언제까지 기다리냐?

아이기 아이토

사람이 좀 유도리 있게 스케쥴을 조정해야지. (뻔뻔한 투. 곧 재차 시선이 마주치거든 일순간의 표정은 지워지고 어느샌가 특유의 짓궂은 웃음을 만면에 띤 채다.) 당연히 별 뜰 때까지지?

링샹옌

… (한숨. 그리고 의자에 반 쯤 눕는다.) 별 뜨면 깨워줘.

아이기 아이토

고개만 아프다던 것치고는 곧잘 어울려주기는. (키득거리기를 한동안, 오랜 침묵이 이어진다. 이따금 콧노래를 흥얼거릴 뿐, 퍽 인내심 깊게 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하늘이 어둠에 잠길 즈음, 당신의 팔을 흔들며) 얘, 팔척아. 자니?

링샹옌

(덜 깬 눈으로 옆을 보고, 본능적으로 시간을 가늠하기 위해 핸드폰을 켰다. 액정이 유난히 밝아 날이 어두워졌음을 깨닫는다. 6년 전과 같이, 은하수가 철골 위를 뒤덮었다. 자세를 고치고 최대한 몸을 뒤로 뻗어본다. 하늘을 발 아래 두는 느낌이라.) ……그런가…?

아이기 아이토

(턱을 괸 채 상대가 하는 양을 가만히 본다. 맥없는 반응이 뒤따르자 “나 원 참.”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고는) 하여간 넌 낭만이라곤 약에 쓰려도 없나봐.

링샹옌

(평소라면 기숙사에 있지 않을 시간에, 홀로 누워 별이 놓인 천장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것을 상자 깊숙이 넣어 치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