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봄] 계약서 작성

링샹옌

(....................................................)

아이기 아이토

(맥박 재봄)

링샹옌

(살아있어. 가라.)

아이기 아이토

(낯빛은 희멀건한데)

링샹옌

(세수하면 너보다 핏기 돌거야)

아이기 아이토

(차가워서 빨개지는 거 아니야?)

링샹옌

(그럼 아이토는 세수 할 때마다 얼굴 빨개져?)

아이기 아이토

(방금 해봤는데 창백해지는 듯)

링샹옌

(아이고… 못살아.) 너 그러다 빨리 간다.

아이기 아이토

그럼 너희한텐 좋은 거 아닌지?

링샹옌

1년 이내로 갈 예정이야? 아니면 하나 마나인데.

아이기 아이토

길가다 혹시 삐끗한다면 혹시 또 모르지.

링샹옌

뭐, 농담이고. 죽지는 마. 그정도 죄는 아니지, 너네가.

아이기 아이토

넌 생긴 건 참 도깨비처럼 생겼는데 마음을 독하게 먹다 마는 구석이 있어.

링샹옌

아니… 무대에서 저격 좀 받았다고 죽으라고 하는 쪽이 이상한 거니까. 내가 스레드에 악플 다는 놈들도 아니고.

아이기 아이토

생긴 건 걔들보다 악귀 같은데.

링샹옌

착하게 안보이려고 이렇게 다니는 거야. 어때. 잘 어울리지.

아이기 아이토

너 죽으면 선글라스 내가 가질래.

링샹옌

자꾸 탐내네. 이거 그냥 마트에 있으니까 가서 직접 사라고.

아이기 아이토

그치만 마트에서 빼앗는 건 희소성이 떨어지고 팔척이 걸 가지면 희소성이 생기는데?

링샹옌

빼앗지 말고 사라니까. 진짜 가지고 싶으면 유서에 남겨줄게. 그럼 넌 뭘 줄 거야?

아이기 아이토

응. 너보단 내가 오래 살 것 같으니까 유서에 써놔. 나는, 글쎄. (곰곰)

링샹옌

일찍 죽으라고 고사를 지내라 그냥. (떡메모지에 슥슥 적어준다. ‘링샹옌이 죽으면 선글라스는 아이기 아이토에게 물려줄 것.’)

아이기 아이토

흐흥~ (번쩍 듦.) 지장도 찍을래?

링샹옌

(엄지손가락 듦.)

아이기 아이토

(인주 내밂)

링샹옌

(찍음.) 내 유산의 1퍼센트의 지분을 가지게 된 걸 축하한다. 그래서 난 뭐 줄거냐고.

아이기 아이토

이거 안 통하네. (‘링샹옌이 죽으면 선글라스는 아이기 아이토에게 물려줄 것.’ 떡메모지 보관하며) 뭐 가지고 싶은 거 있니?

링샹옌

없어서 문제지. 학교에 가지고 다니는 개인 소품 있어?

아이기 아이토

음~……… (고민 시작)

링샹옌

(고민 끝나면 말해. 팔짱끼고 쳐다보고 있을거니까. 계속계속.)

아이기 아이토

여성스러운 물건도 괜찮다면… (고민중)

링샹옌

상관없어. 기념품 같은 거니까. 너도 쓰고 다니진 않을거잖아.

아이기 아이토

내가 귀중품 모아두려 드는 건 어떻게 알았담. 내 화장품 줄게.

링샹옌

화장 하는구나. (당연함. 아이돌인데. 왠지 생얼이라고 믿었던 사람처럼 얘기함.)

아이기 아이토

평소엔 안 하는데? 립스틱 안 쓰는 거 있어서.

링샹옌

(그럼 지금 맨얼굴… 이야?)

아이기 아이토

난 라면 먹고 자도 예쁘단다.

링샹옌

궁금하네. 너네 휴게실에 라면 있어?

아이기 아이토

내가 먹고 싶다고 하면 생겨.

링샹옌

그럼 오늘은 먹고 자자. 궁금하다.

아이기 아이토

(라면 먹고도 아이돌의 어쩌고를 충실하게 이행하며 저벅저벅 걸어오다)

링샹옌

이거 진짜네. 좋겠어? 넌 아이돌 천직이다.

아이기 아이토

아무래두 아이돌이 몸에 안 맞는 팔척이보단 내가 낫지.

링샹옌

우리 분위기 좋았잖아.

아이기 아이토

아차. 나도 모르게 그만.

링샹옌

사이 좋게 지내자. 나도 이제부터라도 가능한 만큼 너희의 좋은 면을 보려고.

아이기 아이토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링샹옌

슬슬 화가 가라앉았거든. 학원에 흉흉한 사건도 일어났는데 우리끼리 사이 좋게 지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이기 아이토

여우한테 옮았나?

링샹옌

왜. 선배도 그런 소리 했어?

아이기 아이토

걔야 사람 좋아서 눈이 뒤집어진 애잖니.

링샹옌

그건 그거고. 난 외부의 위협에 대비하고 싶은 것 뿐이야. 우리끼리 서로 돈독하다는 인상을 주면 배신자도 쉽게 나서지 않을 테고.